우리는 투어대회는 잘 알아요.
그랜드슬램, ATP1000, WTA500 등등..그런데 데이비스컵에는 뭔가 생소한 느낌이들어요. 들어보기는 했지만, 어떤 대회인지는 잘 몰라요. 그럼 이렇게 생각하면 금방 이해할 수 있어요. 따라해보세요.
“데이비스컵은 테니스 월드컵이다.”
데이비스컵은 국제테니스연맹(ITF)이 주관하는 남자 테니스 국가 대항전이에요. 평소에는 선수들이 ATP 투어에서 개인 자격으로 뛰지만, 이때만큼은 국기를 가슴에 달고 ‘국가대표’로 코트에 나서요. 나라와 나라가 맞붙는 구조라 자연스럽게 축구 월드컵을 떠올리게 하고, 실제로도 ITF가 공식적으로 “World Cup of Tennis”라고 부를 만큼 상징성이 큰 대회예요.
역사를 잠깐 짚어볼까요. 이 대회는 무려 1900년에 미국과 영국의 맞대결로 처음 열렸어요. 하버드 대학 선수였던 드와이트 데이비스가 “미국과 영국이 진짜 제대로 한 번 붙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본인이 직접 우승 트로피까지 제작해 오면서 시작됐어요. 원래 이름은 ‘International Lawn Tennis Challenge’였지만, 데이비스의 성을 따 지금의 ‘Davis Cup’이라는 이름이 자리 잡았죠.

초창기에는 미국과 영국만 참가하다가 프랑스, 벨기에, 오스트랄라시아(호주·뉴질랜드 연합) 등 유럽과 남반구 국가들로 서서히 범위가 넓어졌어요. 1920년대를 거치며 참가국이 급격히 늘어나자 아메리카 존, 유럽 존으로 나누어 치르기 시작했고, 지금은 아메리카, 유럽, 아시아·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네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 형태까지 발전했어요. 현재 데이비스컵에 등록된 국가는 150개국이 넘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어요.

그렇다면, 데이비스컵은 다른 투어 대회와 무엇이 다를까요?
첫 번째는 ‘팀’이에요. 일반 투어에서는 싱글스, 복식 모두 개인 성적이 전부지만, 데이비스컵에서는 한 나라의 선수들이 단식과 복식에 나눠 출전해 팀 승리를 위해 점수를 합쳐요. 두 국가가 맞붙는 한 번의 맞대결을 ‘타이(tie)’라고 부르는데, 타이 안에는 단식 경기와 복식 경기가 섞여 있어요. 라운드 로빈으로 치르는 구간에서는 단식 2경기, 복식 1경기(3판 2선승제)로 구성되어 있고, 홈·어웨이로 치르는 상위 라운드에서는 이틀 동안 최대 5경기(5판 3선승제)를 치르기도 해요.
두 번째는 ‘홈 어드밴티지’예요. 많은 타이가 한 나라의 홈에서 열리고, 이 홈 국가가 코트 종류(하드, 클레이, 잔디 등)를 선택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클레이를 잘하는 팀은 일부러 느린 클레이 코트를 선택해 상대의 강한 서브를 무력화시키려 하죠. 관중의 응원도 훨씬 뜨거워요. 테니스 경기장에서 보기 어려운 육성 응원과 노래, 국기 물결을 보는 재미가 데이비스컵의 큰 매력이에요.
세 번째는 ‘대회 구조’예요. 아주 복잡해 보이지만, 축구 월드컵을 떠올리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아래처럼 단계가 점점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편해요.
각 대륙 존 그룹: 아메리카, 유럽, 아시아·오세아니아, 아프리카에서 하위 그룹(III~V) 팀들이 라운드 로빈으로 승격 싸움을 해요.
월드 그룹 I·II: 존 구분 없이 홈·어웨이 타이로 승격과 강등을 가리는 구간이에요.
최종본선 진출전(퀄리파잉): 여기서 이긴 나라들이 ‘파이널스’에 올라가는, 말 그대로 월드컵 예선 플레이오프 같은 단계예요.
파이널 8: 진짜 우승 트로피를 놓고 겨루는 마지막 본선 토너먼트예요.
2019년 개편으로 모든 경기가 3세트제로 바뀌고, 본선 무대인 ‘데이비스 컵 파이널스’가 도입됐어요. 2025년부터는 파이널 8 진출 팀을 가리는 방식이 다시 바뀌어서, 1월과 9월에 홈·어웨이 방식의 퀄리파잉 라운드를 두 번 치른 뒤 11월에 8개국이 모여 토너먼트를 치르는 구조가 됐어요. 초보자 입장에서는 “1년 내내 예선 → 가을에 본선” 정도로만 기억하셔도 충분해요.
이제 한국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죠. 한국은 1960년에 처음 데이비스컵에 출전했어요. 이후 1981년, 1987년, 2008년, 2022년, 2023년에 월드 그룹 16강에 해당하는 단계까지 진출한 것이 지금까지의 최고 성적이에요. 그 과정에서 이형택 선수는 데이비스컵에서만 41승을 거두며 세계 최다승 순위권에 오를 정도로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어요. 한국 테니스 팬이라면 투어 성적뿐 아니라 데이비스컵에서의 활약도 꼭 함께 기억할 만한 부분이에요.
역사적으로는 미국이 32회 우승으로 가장 많은 트로피를 가져간 나라이고, 호주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어요. 최근 몇 년만 놓고 보면 이탈리아, 스페인, 크로아티아, 캐나다, 러시아 등 유럽·남미 강호들이 치열하게 우승을 나눠 갖고 있어요. 개인 기록에서는 라파엘 나달처럼 자국의 데이비스컵 우승을 여러 차례 이끈 스타들이 눈에 띄고요.
이제 데이비스컵에서 국가 간 라이벌전과 팀 전략이 만들어 내는 큰 흐름을 한 번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테니스를 더 깊이 좋아하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어 줄 거예요.